광복절에 다시 생각해보는 국악
요즘 국악인들의 삶이 갈수록 피팍해지고 있다. 우리 것이 좋아서, 우리 것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국악에 몸담고 있지만 수입은 시원치 않고 부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그나마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기존의 국악관현악단에 결원이 생기면 시험에 응모라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두세 명 뽑는데 수십 명이 몰려들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일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 이러한 취업 문제를 해결하고 학교국악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국악강사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 역시 대학 시간강사처럼 오고가는 교통비와 식대를 빼면 별로 남는 게 없는 장사인데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그나마도 끓겨 다른 일거리를 찾아봐야할 상황이다. 대학을 졸업한 고급 전문 인력을 이렇게 방치한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졸업했거나 무형문화재 전승자이거나 10년 이상 강사경력자의 경우는 국악강사풀제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나 그밖의 재야 국악인들은 실력이 있어도 시험에 응시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국악학원을 운영하는 것인데 요즘은 구민회관이나 복지회관의 국악강습 프로그램에 밀려 학원의 임대료내기도 벅찬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국악인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시련의 계절이다.
이제 다시 광복절을 맞이하고 있다. 일제의 음악정책에 따라 학교음악교육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온갖 차별과 탄압을 받았던 국악이 해방이후에도 이처럼 홀대를 받고 국악인들이 생계에 위협을 느끼면서 어려움을 겪으리라고 예측한 국악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모두들 좋은 세상이 올 거라고 밝은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국악인들의 이런 바램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이런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정부도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교과서에 국악도 넣어보고 교사 국악연수도 시켜보고 국악강사풀제도 시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노력들이 일정부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음악계 전체구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국악인들이 교사임용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고 많은 초, 중등학교에서 국악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말 정부에서 학교국악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길 원한다면 교사임용시험과목부터 바꾸어야한다. 국악전공자들에게 불리한 과목을 없애서 서양음악전공자들과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하며 국악과 서양음악 전공자를 동수로 뽑아야한다. 교과서에서 국악과 서양음악을 반반씩 가르치고자 한다면 국악전공교사와 서양음악전공교사를 반반씩 뽑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또 국악전공자들에게 불리한 과목을 없애는 것이 싫다면 서양음악전공자들에게도 교과서에 나오는 단소와 민요, 장구장단, 풍물 등의 과목을 시험 보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하고 있는 학교에 한해서 시행하고 있는 국악강사풀제 역시 모든 학교로 확대 시행하여야 하며 지금 같은 시간강사제가 아닌 전임강사제로 전환해야한다. 교장들이 국악강사풀제를 신청하건 안하건 학생들이 국악교육을 받을 권리는 보장돼야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교과서에는 편성되어 있으되 실제로 국악이 가르쳐지지 않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국악강사풀제 채용시험에 있어서도 자격요건이 완화돼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야한다. 가르치는 실력은 뛰어나지만 자격요건에 들지 않아 시험을 못 보는 재야 국악인들이 많다. 각종 국악자격증 소지자 중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을 자격요건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제 광복절을 다시 맞으면서 우리 국악인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정부당국은 음악정책과 제도를 고치는데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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