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과 국악의 닮은꼴 미학
요즘 길거리를 가다보면 몸매가 늘씬한 여성들이 조금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거리를 다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런 모습에 대해 나이든 분들은 대부분 거부감을 느끼고 혀를 차지만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이를 아름답게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노출에 대한 사회 인식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조금씩 변화돼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의 기류로 본다면 앞으로의 의상은 개인의 개성을 최대한 표출하는 극히 자유로운 형태로 발전해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원시인들의 몸을 치장하는 방식들, 최대한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의상 스타일은 현대 의상의 한 조류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전통 한복 역시 미래의 세계 의상으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전통 한복의 가장 큰 특징은 색채의 아름다운 조화에 있다. 청색과 백색, 적색과 흑색, 황색 등 오방색과 중간색들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색채의 향연은 세계 어느 의상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필자가 국악연주단과 함께 세계 여러 나라를 순회 공연할 때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것은 무대에 등장한 연주자들이 입고 있는 한복의 아름다움이었다. 어디에 가든 한복에 대한 감탄은 빠지질 않았다. 세계적인 미인대회에서 한국 여성들이 의상상을 자주 수상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색채의 대비와 조화를 중시하는 한복의 색채 감각은 가히 세계 최고수준이라 할 만하다. 또한 한복은 디자인 면에서 매우 뛰어난 요소를 갖고 있다. 저고리와 치마의 선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곡선의 흐름은 미학의 극치이다.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치마선의 아름다움은 날카로운 직선의 흐름이 중심이 되는 양복과는 크게 다르다. 또 짧은 저고리와 긴 치마의 황금분할은 옷을 입은 사람을 더욱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 우리의 한복은 몸에 꼭 조이도록 만들지 않고 품이 넉넉하고 여유롭도록 만든다. 이것은 옷이 몸을 속박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옷 속에서 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옷의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한복의 이런 특징은, 옷으로 몸을 꼭 감쌀뿐더러 허리를 오비로 여러 번 묶어서 옷을 입은 사람의 움직임이 매우 불편한 일본의 기모노와 비교된다. 한복이 자연스러움과 자유로움의 미학을 추구한다면 일본의 기모노는 속박과 절제의 미학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한복의 이러한 특징은 우리의 국악과도 맥이 닿아있다. 국악의 대표적인 기악곡이라 할 시나위를 보면 여러 개의 악기들이 선법과 장단이라는 큰 틀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자유롭게 연주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개개의 악기들이 가진 특징을 자연스럽게 살리면서도 전체적인 통일성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또 국악은 음을 떨거나 흘려 올리거나 흘려 내리는 등 곡선적인 흐름을 매우 중시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국악과 한복은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복이나 국악이나 지나간 시대에 우리 생활의 한 부분이었던 문화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갖고 있는 미학적인 아름다움은 현대에 있어서도 여전히 우리의 문화를 풍성하게 해줄 큰 자산임에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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