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국악칼럼

서양악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자

국악사랑 2007. 9. 1. 08:39
                                          " 서양악기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자 "

 

새로운 악기의 수용은 그만큼 다양한 음악표현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새로운 음악문화 탄생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일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의 악기들을 수용함으로써 새로운 음악문화를 창출해 나갈 수 있었다. 또, 현재의 국악기를 보아도 그 속에는 우리 고유의 악기 이외에 서역과 중국에서 들어온 악기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우리의 과거 음악문화가 외래 악기를 적극 수용함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음악문화로 변화, 발전되어 왔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에 이르러 서양악기를 국악기와 편성, 연주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역사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국악기인 가야금과 서양 악기인 플루트를 함께 연주한다든가, 가야금과 대금, 양금 등을 기타나 피아노와 결합시킨다든가, 또는 국악 합주와 양악 합주를 결합시킨다든가 하는 등의 이러한 시도들은, 물론 과거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이르러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의 서양음악 수용은 너무 음악 어법에 치중하여 이루어져 온 감이 있다. 서양음악의 음계나 선율의 구성법, 또는 관현악법이나 음악형식 등 서양의 음악어법을 직접적으로 도입해서 그대로 쓰기가 일쑤였다. 새로 창작된 국악 곡에서 무슨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나 무슨 협주곡이니 하는 제목들이 많이 있는 것이나, 곡이 끝날 때 우리 식으로 약하게 끝나지 않고 온갖 힘을 다하여 서양식으로 끝맺는 것 등도 이러한 예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과연 창작국악 작품들이 우리의 음악전통을 제대로 계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악기만 우리의 악기를 사용할 뿐 결국 서양음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물론 모든 창작국악 작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창작국악 작곡가들이 서양음악 어법에 너무 집착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서양음악의 수용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음악 어법 중심에서 탈피하여 악기 중심의 서양음악 수용으로 전환을 꾀해 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이 서양 악기를 어떤 방식으로 국악기 속에 수용해 나갈 것인가? 즉, 서로 다른 음악 환경 속에서 자라온 두 악기를, 어떻게 이질적인 요소를 극복하면서 결합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양악기를 국악기 어법에 맞추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국악기를 양악기 어법에 맞추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에 대한 해답을 우리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과거음악 역사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외래 악기를 수용한 많은 선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역사 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조선 세종 시대에 창제된 종묘제례악의 경우이다. 그것은 종묘제례악이 당악기와 향악기, 그리고 송에서 새로 도입된 아악기로 혼합 편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곡을 분석해 보면 종묘제례악은 악기만 아악기와 당악기, 그리고 향악기로 편성되었을 뿐, 그 음악적 내용, 즉 음계라든가 선법이라든가 리듬 및 박자 등은 모두 향악 식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 아악기를 수용하되 철저히 향악 식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묘제례악의 이 같은 외래 악기 수용방식은 서양악기를 수용해 보려는 이 시점에서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아악기를 지금의 서양악기로 놓고 볼 때 종묘제례악의 아악기 수용방식은 바로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서양악기의 수용방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