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창작국악 해설

한국전통가곡의 계승을 위한 새로운 시도, 황의종의 승무

국악사랑 2007. 8. 3. 22:59
 
 

   황의종 작곡  '남성 독창과 관현악을 위한 승무'


             " 한국 전통가곡의 계승을 위한 새로운 시도 "

 

 

   '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고깔에 감추오고…'


승무를 추는 여승의 모습을 아름답게 묘사한 조지훈의 시(詩)에 곡을 붙인 이 곡은 우리 전통가곡의 맥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시도한 작품이다.

 

보통 가곡이라 하면 서양음악 식으로 만들어진 소위 '한국가곡'을 떠올리게 되는데 우리의 전통음악에도 기악반주에 노래를 하는 '가곡'이라는 훌륭한 음악양식이 있다. 남창이나 여창, 때로는 남녀 이중창으로도 불리는 가곡은 우리의 풍류음악으로 선비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왔다.


                  " 제2회 대한민국 작곡상 수상작 "


황의종의 '남창과 관현악을 위한 승무'는 이 전통가곡을 바탕으로 이 시대의 새로운 가곡을 만들고자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 곡에는 전통가곡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지만 그 분위기는 고색창연하지 만은 않다. 오히려 신선하고 참신한 현대적인 맛이 있다. 특히 관현악의 색채는 섬세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황의종은 이 곡으로 제2회 대한민국 작곡상을 받았는데 이 작품 외에도 가야금 독주곡 '청산'과 제7회 대한민국 작곡상을 수상한 관현악곡 '만선(滿船)' 등의 작품이 있다.

 

가야금 독주곡 '청산'은, 가야금 작품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황병기의 음악세계를 극복하고 그 곳에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으려 노력한 작품으로 탄탄한 구성력을 갖추고 있는 곡이며, 관현악 외에 구음과 합창이 사용되는 '만선'은 어부들의 생활 터전인 바다에 대한 외경심과, 바다가 어부들에게 주는 고통과 시련,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고 끝내 만선의 기쁨을 누리는 것을 그려낸 곡으로 김영동의 색채적인 관현악법에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황의종은 이 외에도 '태평소와 사물놀이를 위한 관현악 푸리'를 비롯해 서양악기인 플롯과 국악기를 위한 곡을 쓰는 등 다양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 섬세하고 아름다운 동양화 같은 작품 "


이 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부분은 라르고(Largo)의 느린 부분과 안단테(Andante)의 춤추는 듯한 부분으로 되어 있고, 둘째 부분은 모데라토(Moderato)의 격렬한 부분으로 되어 있으며, 셋째 부분은 다시 라르고의 느린 부분으로 되어 있다

.

곡은 처음 관현악이 도입부를 연주하면서 시작하는데, 풍경소리와 목탁소리가 은은히 들리는 속에 대금과 아쟁이 긴 지속음을 여리게 연주하고 이어 해금이 이를 받으면 전 관현악이 전통가곡풍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가락을 연주한다. 이 가락은 느리면서도 맑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이어 남성 독창이 관현악을 배경으로 시의 첫머리인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를 노래한다.


노래 가사가 '파르라니 깎은 머리'로 바뀌면 속도가 조금 빨라지고 박자도 3/4로 바뀌어 전개된다. 이 가락은 대체로 순차진행으로 상행했다가 다시 하행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독창의 가락을 이어받은 관현악이 조용해지면 이번에는 장구와 대고, 자바라 등이 격렬한 2/4박자의 리듬을 연주하면서 곡의 두 번째 부분으로 들어간다. 이 때 독창은 '빈대에 황촛불이 말없는 녹는 밤에…'를 노래한다.


이 두 번째 부분은 대단한 활력을 보이면서 이 곡의 첫째 부분과 강한 대조를 이룬다.

 

곡은 다시 라르고의 느린 부분으로 돌아와 관현악의 짧은 도입에 이어 독창이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를 노래하면서 이 곡의 세 번째 부분으로 접어든다. 라르고의 끝에는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가 읊듯이 낭송되고 이어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의 부분이 안단테의 빠르기로 노래되는데 이 가락은 이 곡 처음부분의 '파르라니 깎은 머리…'의 선율과 같은 것이다.

 

곡은 다시 느린 라르고로 바뀌어 전개된 다음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가 독창에 의해서 불려진 다음 전 관현악이 이를 받아 연주하면서 조용히 끝맺는다.

 

전체적으로 ABA' 의 3부분 형식으로 되어 있고 곡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시가 풍기는 분위기처럼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여운이 길게 남는 동양화 같은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