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창작국악 해설

아악으로 표현한 광복의 기쁨, 김기수의 '송광복'

국악사랑 2007. 5. 9. 00:23
 

 김기수 작곡 / 관현악곡 '송광복(頌光復)'


         “ 아악으로 표현한 광복의 기쁨 "

 

현대 창작 국악의 역사는 이제 60여 년을 넘고있다. 그것은 100년이 넘는 한국의 서양음악 역사에 비해 볼 때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현재 전국적으로 창작 국악관현악곡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국악관현악단이 30여 개에 이르고 있는 것은 짧은 역사에 비해 볼 때 장족의 발전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현대 창작음악의 연주 횟수에 있어서 이들 국악관현악단이 양악 교향악단보다 그 연주 횟수가 월등히 많은 것은 미래 한국음악의 향방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 같은 국악관현악단의 틀을 처음으로 세우고 최초의 창작 국악곡이자 최초의 국악관현악곡을 쓴 이가 바로 김기수(1917~1986)이다. 물론 근대사에 있어서 전통적인 의미의 창작은 연주가들에 의해 꾸준히 이어져 왔지만 오선보 표기에 의한 근대적인 의미의 창작은 김기수가 그 시조라 할 것이다.


            " 오선보 표기에 의한 근대적 의미의 최초의 창작국악 작곡자 "


김기수는 처음으로 관현악곡을 오선보로 표기하여 작곡했고 지금의 대 편성 국악관현악단 체제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또 국악관현악단에 지휘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여 서양교향악단 체제를 국악관현악에 이입시키고자 했다. 지금도 많은 국악관현악단이 가야금과 거문고를 무대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것은, 가야금과 거문고를 대표적인 현악기로 생각하여 바이올린과 첼로가 자리하고 있는 위치에 이들 악기를 배치하려 했던 김기수의 의도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그의 첫 작품이 일제를 찬양하는 내용의 관현악곡이었다는 사실은 당시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우리 창작국악사의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939년에 작곡되어 이듬해 부민관에서 초연된 그의 첫 작품 '황화만년지곡(皇化萬年之曲)'은 이능화(李能和)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현 국립국악원의 전신인 이왕직아악부가 동경 연주를 계획하여 신곡 창작을 공모한 결과 당선작으로 채택된 곡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 국악곡이라 할 이 곡은 다른 민속단체들이 극도의 탄압을 받아 활동을 거의 중단한 것과는 달리, 일제에 의해 명맥을 유지해 온 이왕직아악부의 일본 개국 2600년을 기념하는 특별연주회에서 연주되었다.

 

김기수는 1942년 중주곡 '세우영(細雨影)'을 발표한 뒤 작품활동을 중단했다가 1950년 아악부가 국립국악원으로 명칭을 바꿔 새로 설립되면서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발표된 곡들이 '정백혼(1952)', '송광부(1952)', '개천부(1952)', '하원춘(1953)', '다시 온 서울(1953)', '파봉선(1954)' 등의 관현악곡이다. 그는 이후 서울대에 국악과가 창설되어 1962년 이강덕, 김용진, 조재선 등의 창작곡이 나오기까지 1940~50년대의 창작활동을 혼자서 주도해 나갔다.


              " 1952년 국립국악원 연주단이 부산에서 초연 "


김기수는 주로 대 편성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작품을 많이 썼는데, 그의 작품은 60년대 이후의 국악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강덕은 그의 초기 작품에서 김기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김기수는 그의 작품을 통해 민족적인 정기와 희망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치 '황화만년지곡'을 작곡한 오욕을 씻으려는 듯 그의 작품은 민족주의적 색채를 짙게 담았다. 3.1정신을 기리는 '정백혼'이나, 8.15광복을 노래한 '송광복', 반만년의 역사를 기리는 '개천부', 애국 열사를 추모하는 '충혼제', 분단된 조국의 아픔과 통일을 염원하는 '파붕선' 등이 그러한 경향의 작품들이다.

 

그의 음악은 궁중아악에 바탕을 두면서도 민속악 적인 요소나 서양음악 적인 요소를 작품에 끌어들이고 있다. 이러한 작품 성향을 대표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송광복'은 광복의 기쁨을 노래한 곡으로 1952년에 작곡되어 그 해 국립국악원 연주단에 의해서 KBS 부산방송국에서 초연되었다.

 

이 곡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은 상쾌하고 활기 있게, 2장은 힘차게, 3장은 화려하게 연주하도록 되어 있고 6박자의 도드리풍 가락이 곡의 주조를 이룬다. 곡은 대체로 화평한 정악의 분위기를 지니고 있고, 어둡고 슬픈 것은 가급적 피하면서 밝고 즐거운 가락이 전곡을 지배하고 있다.

 

1장은 처음 도드리풍 가락으로 시작되는데, 광복의 기쁨을 노래하듯 즐거움에 차 있다. 이 가락이 길게 전개되면 이번에는 6/8박자로 바뀌면서 빠른 가락이 흥겹게 연주된다.

 

곡은 2장으로 바뀌어 4/4박자의 힘찬 선율이 연주되는데 이 선율은 당당한 걸음걸이를 연상시키면서 자부심과 희망에 차 있다. 중간에 6박자의 선율이 잠시 흐른 뒤에 다시 처음의 가락이 연주된 다음 3장으로 넘어간다.

 

3장은 1장과 같이 6박자로 되어 있다. 춤추는 듯한 흥겨운 율동의 가락이 조금 빠른 빠르기로 연주된다.이때 피리의 가락이 화려하게 수놓으면서 흥을 돋운 다음 곡은 급히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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