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재즈』연주 밴드 우주낙타
커다란 우주에 점 하나. 이것은 무엇일까? 이것을 ‘우주낙타’라고 하는 사람을 만났다.
소개는 누가 하나요?
우주낙타 음악감독 박 천 지
우주낙타에는 모두 아홉 명의 멤버가 있다.
프로듀서 황호준, 음악감독 박천지, 소금 김종욱, 해금 김선구, 피리 이석주, 일렉트릭 기타 김유식, 일렉트릭 베이스 양영호, 키보드 박지용, 드럼 남광현이 그들.
지난 해 12월 명왕성이 ‘행성’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이러한 발표가 난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멤버의 수가 마치 행성의 수를 가리키는 듯 하다. 오늘날 우리가 지구를 중심으로 우주를 이해하고 있듯 어느 한 사람의 ‘기준점’이 필요했다. 그 중에 우주낙타라는 밴드를 가장 잘 이해 시켜 줄 사람으로 음악감독 박천지를 꼽았다. 지난 1월 13일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우주낙타의 첫번째 콘서트에서 보여준 그의 ‘재치’ 덕분이다. 박 감독이 들려주는 우주낙타 이야기, 낙타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宇宙樂打
먼저, 우주낙타의 뜻부터 알아보자. 우주낙타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지닌 한자어 ‘우주(宇宙)’와 즐거움과 두드림을 의미하는 ‘낙타(樂打)’의 합성조어다. 엄밀히 말하면 ‘그’ 낙타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멤버들은 이름을 고민할 때 우주의 낙타(camel)를 떠올리며 만장일치 했다.
“상상해 보세요. 커다란 우주에 낙타 한 마리가 있습니다. 재밌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박 감독. 기자는 웃었다. 그렇다면 여러분의 반응은? 사실 이 발상에 ‘재미’보다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바로 우주의 낙타가 주는 ‘존재감’이다. 우주를 광활하게 보이게 하는 것은 낙타이기 때문이다. 낙타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주를 크게 보이게 함으로써 낙타는 정말 큰 일을 해낸 것이 된다.
박감독의 우주를 만나다
박 감독은 충남 금산에서 태어났다. 금산은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삼 재배지로 풍년을 기원하는 농악가락이 한 해에도 수 차례 울려 퍼진다. 박 감독은 언젠가부터 ‘소리’가 들리는 곳에 자신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꽹과리, 장구 등 ‘치는’ 악기만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박 감독은 대학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하게 된다. 그리고 ‘음악 친구들’을 만난다. 우주낙타에서 프로듀서와 작곡을 맡은 황호준과 해금, 태평소의 김선구가 바로 그들. 박 감독과 음악 친구들은 함께 동고동락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함께 수업듣고 연주하고, 밥 먹고 밴드를 논의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이들의 우정은 계속됐다. 박 감독은 국립국악관현악단에 입단하고 소금, 대금을 맡은 김종욱과 피리, 태평소의 이석주를 만난다. 이렇게 해서 국악 파트를 맡은 다섯 명의 멤버가 모이게 된다. 그러나 이들의 국악에 대한 고민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난 것이 ‘JAZZ’다.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과 작업하다 오늘의 멤버들을 만났다. 일렉트릭 기타 김유식, 일렉트릭 베이스 양영호, 키보드 박지용, 드럼 남광현. 더구나 키보드를 제외한 나머지 세 멤버들 역시 미국 유학 시절부터 함께 음악활동을 해서인지 이 신생 밴드는 신인이라고 하기엔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박 감독에게 있어 이들 한 명 한 명은 우주의 행성과도 같은 신비한 존재였다.
왼쪽부터 프로듀서 황호준, 드럼 남광현, 일렉트릭 기타 김유식, 키보드 박지용, 대금 김종욱 일렉트릭 베이스 양영호, 피리 이석주, 음악감독 박천지, 해금 김선구
국악과 재즈의 만남
이들은 국악과 재즈를 연주한다. ‘국악, 재즈’를 연주하기도 하고 ‘국악과 재즈’를 연주하기도 한다. 장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웃으며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박 감독. 정답이다. 지금까지 국악과 재즈가 혼합된 장르는 없었다.
그렇다면 국악은 어떻게 재즈를 만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국악과 재즈는 공통점이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은 바로 ‘즉흥’.
장구는 북편과 채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때 채편을 연주하는 것이 열채이다. 열채는 보통 채편을 통해 ‘덕’이라는 소리를 내는데 이 때 그냥 한 번에 ‘덕’이라는 소리를 낼 수도 있지만 가락의 빠르기 혹은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손목을 이용해 ‘기덕’이라는 소리도 낼 수 있다. ‘덕’은 ‘기덕’이라는 소리를 냄으로써 가락의 흥을 더한다.
또 진도 아리랑도 ‘주고 받는 구절’이 있어 부르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곡의 길이가 달라진다. 재즈 역시 같은 멜로디를 음의 영역 혹은 길이를 달리해 즉흥적으로 연주한다. 국악의 ‘신명’과 재즈의 ‘자유’는 이러한 ‘즉흥적’인 연주 호흡을 통해 만나게 됐다.
갈등도 있었다.
음을 표현하는 방식만 보더라도 국악은 ‘궁상각치우’의 5음, 재즈는 ‘도레미파솔라시’의 7음으로 구성돼 있으니 음을 조율하는 데만도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박 감독은 국악과 재즈가 표현이 다를 뿐, 말 하고자 하는 것이 같음을 알게 된다. 마치 ‘사랑’이라는 단어만 해도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서로를 아끼고 생각해 주는 마음은 똑같듯이 멤버들 모두가 박 감독과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박 감독은 그 동안의 갈등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목표는 관객에게 “우주낙타는 뭔가 얘기하려는 게 있는 밴드다”고 느끼게 하는 것.
우주낙타 첫번째 콘서트 ‘접근’
지난 1월 13일 우주낙타는 서울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첫번째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 제목은 바로 ‘접근’. 이름처럼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접근’했다. 공연장 로비는 인기 좋은 뮤지컬 공연장을 연상케 했다.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 중에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국악과 재즈를 이야기하려는 사람들, 우주낙타의 ‘경계 허물기’는 여기서 시작하는걸까? 400석이 넘는 객석이 어느새 꽉 찼다. 사회자의 화려한 멘트 없이 바로 연주가 시작됐고, 첫곡으로 프로듀서인 황호준이 작곡한 ‘투모로우’가 연주됐다. 연주자들은 모두 편안한 복장으로 무대에 섰다. 박 감독 역시 전통 의상이 아닌 ‘예쁜’ 리본을 메고 장구를 연주했다. 처음 접하는 국악과 재즈의 하모니. 그것은 관객에게 국악, 재즈의 경계를 넘어 그저 편안한 ‘음악’이었다. 두 번째 곡인 ‘빛의 반란’이 끝나고 나서야 말끔히 양복을 차려 입은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등장했다. 우주낙타의 프로듀서, 황호준이었다. “자유로운 재즈 선율 위로 우리 전통 음악이 해체됩니다”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공연인 듯 우주 낙타를 소개하는 황호준의 멘트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 황호준은 객석을 보고 싶어했다. 한 손으로 스포트라이트를 가리고 객석을 바라보는 그의 안경 너머에 ‘조심스러운 반가움’이 묻어났다. 팀원들은 침착하게 그러나 수년 동안 계속된 우주낙타의 시도들을 이야기하는 황호준을 바라봤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를 보는 감격스러움으로 마음 속 깊이 박수를 보냈다. 공연 중간 중간에는 ‘잘한다~’는 추임새가 나왔다. 국악을 공연할 때야 원래 추임새가 있지만 이번 공연엔 재즈가 더해졌다. 그러나 관객은 장르를 신경 쓰지 않았다. 관객은 이미 우주낙타와 ‘통(通)’한 듯 했다.
우주낙타 첫번째 콘서트 '접근' 공연 모습
객석을 바라보는 황호준 프로듀서
혼신을 다해 연주하는 대금연주자 김종욱
멤버들과 신나게 호흡을 맞추는 박천지 음악감독(가운데)
월드뮤직밴드와 우주낙타 지난해 10월 15일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밴드가 있었다. 클라츠 브라더스가 바로 그들. 클라츠 브라더스는 클래식과 재즈를 연주하는 밴드다. 이들은 2003년 클라시크 에코상과 함께 재즈 어워드를 수상했고, 2005년에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동경하는 그래미상의 ‘베스트 크로스오버’ 부문에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언론은 이들을 월드뮤직밴드라고 부른다. 박 감독은 말했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입니다” 고 백남준, 조수미,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우리나라에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아티스트들이 적지 않다. 난타와 점프 역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 퍼포먼스 축제가 열리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수차례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이들의 시작엔 언제나 ‘시련’이 함께했다. 하지만 지금 이 ‘착실한’ 밴드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시련이 아니라 대중과의 소통이다. 국악과 재즈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심장이 뛰고 있음을 느낀다. 소리가 맥박을 자극했는지 사람들은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행복해진다. 그러나 오늘날 공연계 주류는 아니다. 전용관이 생기는 것은 국악과 재즈가 아니라 뮤지컬, 영화였다. 어쩌면 이런 상황 속에서 우주낙타의 시도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일 수도 있다. 우주낙타의 곡 중에 ‘카슈카르에 부는 바람’이라는 곡이 있다. 카슈카르는 중국 실크로드의 중심지로 이곳에서 고원 하나를 넘으면 서양으로, 동서양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쉬어가던 곳이다. 아직 오아시스를 찾지 못했지만 우주낙타는 ‘카슈카르’를 찾았다. 이곳이 대중들에게 진정한 ‘쉼터’가 되기 바라며 “아직은 준비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우주낙타'가 월드뮤직밴드 ‘space camel’로 활동하는 그 날을 기대한다.
국악, 재즈를 만나다
글 : 문화관광부 대학생 기자 이예진 사진 : 우주낙타 제공 우주낙타 글씨 및 악기 디자인 : 민경욱 일러스트 : 우석대학교 산업디자인 3 신승헌 |
'국악여행 > 국악단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 쌍둥이 퓨전 국악그룹 ‘아이에스’ (0) | 2007.07.01 |
---|---|
[스크랩] “퓨전국악 공연 배달 서비스 합니다” (0) | 2007.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