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포에게도 국악교육을
" 해외 동포에게도 국악교육을 "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중국의 역사왜곡 문제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동북공정’이라 불리는 중국의 역사왜곡 작업은 우리의 고구려와 발해까지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는 엄청난 것이어서 자칫 방치할 경우 우리의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기는 결과가 올 수도 있는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고, 북한의 경우는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수십 년을 내다보고 계획적으로, 또 대규모로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맞서 일시적으로 흥분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우선 시급한 것은 우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그동안 사대주의적 사관에 의해 잘못 정립된 우리의 역사를 민족사관의 바탕에서 바로 잡아야 한다. 역사가 바로서지 않으면 중국과 맞설 수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 다음에 이를 뒷받침할 일들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일본의 독도침탈 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만일 북한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겼을 경우 이 지역에 중국이 진주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중국의 동북공정이 역사적 사실이 아닌 허구에 바탕을 둔 것임을 입증하고 이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이 지역에 현재 살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연변의 조선족들이 문화적 정체성을 상실하고 중국문화에 완전히 동화돼 버린다면 중국에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전통적인 문화를 버리지 않고 꿋꿋이 계승하고 있다면 중국도 다른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연변의 조선족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문화적인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일제시대에 일본이 한국을 합병하고 영구적으로 식민지화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한 일은 우리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개명하고 말과 글을 일본말과 일본어를 쓰도록 한 일이다. 말과 글은 민족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삶의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어의 잔재는 그들의 정책이 일정부분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으로 일본이 역점을 둔 것은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의 또 다른 핵심이라 할 우리의 국악을 대중들로부터 분리시키는 일이었다. 당시 국악은 우리의 생활음악으로 한국인을 정서적으로 하나로 묶는 끈이었다. 이 국악을 그대로 두고서는 그들이 바라는 문화적 식민지화가 불가능했기에 국악을 없애는데 총력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풍물이나 마을 굿은 마을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집단적인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제일 먼저 탄압의 대상이 되었고 국악이 계승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학교음악교육에서 국악을 완전히 배제시키게 된다.
일본은 이와 함께 학교음악교육에서 일본식의 창가를 가르치고 일본의 대중가요인 엔가를 사회적으로 유통시키면서 음악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게 되는데 이런 음악정책은 나름대로 큰 결실을 거두게 된다.
즉, 우리의 국악은 발붙일 곳을 찾지 못하고 권번 등을 통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데 급급하게 되고 일본의 대중가요는 트로트 또는 뽕짝이라는 이름으로 가요계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게 된다. 지금도 일본의 대중가요와 가사만 다른 트로트를 우리의 전통가요라고 하면서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들의 음악정책이 얼마만큼 치밀하게 이루어졌나를 알 수 있다. 또 당시에 음지로 숨어들었던 국악이 해방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국민들의 냉대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의 치밀한 음악정책에 놀라움을 금치못할 뿐이다.
그런데 우리의 음악정책 당국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음악정책을 펴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악인들이 우는 소리를 자주하니 가끔 떡이나 하나씩 주면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중요한 것은 국악인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다. 외래음악에 파묻혀 있는 국민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다시 되찾아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악을 죽이는데 성공한 일본인들의 정책 이상으로 국악을 다시 되살리는 치밀한 음악정책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국악교육이다.
현재 학교음악교육에서 국악은 제대로 가르쳐지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의 국악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악을 되살리는 일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학교국악교육의 정상화는 정부당국이 반드시 풀어가야 할 핵심과제이다.
이와 함께 정부당국이 심혈을 기울여야 할 일은 세계 각지로 뻗어있는 우리 해외동포들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확립해주기 위해서 이들에게 우리의 국악을 가르치는 일이다. 특히 우리와 인접해 있는 중국이나 일본의 교포들에게 우리의 국악을 가르쳐서 한민족의 혼을 잃지 않게 하고 민족적인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들은 해외의 우리 교포들에게 너무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시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어느덧 세계적인 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서 있다. 이제 우리의 해외 교포들에게도 눈을 둘리고 그들이 우리와 문화적인 동질성을 느낄 수 있도록 꾸준하고 지속적인 문화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국악교육은 그들의 민족혼을 일깨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