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우리시대 국악명반

암울한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갔던 음악들, 김영동의 <음악세계1>

국악사랑 2006. 9. 6. 22:43


 

 

김영동의 <음악세계 1>

        "암울한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갔던 음악들"



국악 작곡가 중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작곡가를 꼽는다면 단연 김영동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김영동은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국악의 대중적 확산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그렇다면 김영동 음악의 무엇이 이처럼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일까.

그 첫 열쇠는 국악 가요 최초의 히트곡 ‘어디로 갈거나’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곡은 우선 70년대 말의 암울한 시대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말하자면 당시의 꽉 막힌 현실 속에서 대중들과의 정서적 교감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가 최근에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를 주제로 한 음반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어요>를 낸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 곡에서 대중들과 교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확실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대중 음악의 화음 체계의 도입이다. 기타의 분산 화음과 신시사이저의 단순한 배경 화음으로 대표되는 3화음 체계의 도입은 국악에 익숙지 않은 대중들에게 친근감을 주고 그의 음악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는 많은 국악 작곡가들이 전통 음악에 안주하는 사이 과감히 그 틀을 깨고 전통 음악과 거리를 두는데 성공했다. 그는 구시대의 낡은 감각을 버리고 현대의 시대 감각을 첨예하게 받아 들였다. 그의 음악에서 늘 새롭고 신선한 생명력이 꿈틀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전통 음악과 깊이 선이 닿아 있고 그 맥을 이어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음악은 다른 어떤 곡보다도 더욱 국악적으로 느껴진다.

그의 음악은 한 번 들으면 잘 잊혀지지 않고 그 가락이 오랫동안 듣는 사람의 마음 속에 남아 있는데, 그것은 그의 음악이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표현력과 깊이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원스럽게 쭉 뻗어 가는 정악 풍의 절제된 가락, 다양한 시김새와 원초적인 리듬의 구사가 어우러져서 우리 음악의 내적인 특성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그의 음악의 핵심은 바로 이런, 정악에 바탕한 깊은 예술성이며 여기에 대중음악의 어법이 가미됨으로써 김영동 특유의 독특한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음반에는 그가 19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걸쳐 히트시켰던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어디로 갈거나’를 비롯하여 TV문학관 주제 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삼포 가는 길’, 만도린의 경쾌한 음향과 소금의 영롱한 가락이 아름답게 어울리는 ‘초원’, 끝없이 이어지는 나그네의 고독한 인생 길을 우수 어린 가락으로 그려낸 ‘먼길’, 인생의 갈등과 방황을 그려낸 ‘방황’을 비롯하여 ‘멀리 있는 빛’, ‘이별가’가 그것이다.

 

덤으로 ‘애국가’가 국악관현악과 대금 연주로 실려 있다. 4, 50대에게는 이 곡들이 주로 연주되었던 7, 80년대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는 추억의 음반이 될 듯 싶다.

김영동 < 음악세계1>, 킹레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