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우리시대 국악명반

허허로운 삶의 바다를 관조하는 영혼의 소리, 장사익의 <허허바다>

국악사랑 2006. 8. 31.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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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익의 < 허허바다 >

 

      "허허로운 삶의 바다를 관조하는 영혼의 소리"

 

 

 장사익을 보면 늘 마음이 푸근해진다. 넉넉하고 여유로운 그의 모습이 상대방에게 편안함과 행복감을 안겨 주기 때문이리라. 그가 불혹을 넘긴 나이에 <찔레꽃>을 부르면서 데뷔

했을 때 사람들은 때묻지 않은 그의 모습에 매료됐고, 또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그의 가창력에 놀랐다.

 

 그의 노래에는 민요의 소박함과 건강함이 싱싱하게 살아 있었고,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때로는 온 세상의 슬픔과 고통을 가슴에 끌어안으려는 듯 슬픈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농부의 흥겨운 몸짓처럼 삶의 기쁨을 노래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서는 구수한 막걸리 맛이 나기도 하고 오래 묵은 된장 맛이 나기도 한다. 또 그의 노래에는 고즈넉한 산사에서 마시는 은은한 차의 향기가 스며 있다. 인생을 관조하면서 부르는 그의 노래에는 깊은 사색과 철학이 담겨져 있다. 그 노래들은 그의 온몸을 통하여 표현되고 우리들의 마음속 깊이 전달되어 심금을 울린다.

 

  때로는 인생의 허무함이 짙게 표현되기도 한다. 그 허무함 속에서 우리는 지난 세월을 뒤돌아보고 다시금 인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그의 노래는 현대의 일상적인 삶에 지친 우리의 영혼을 위로해 주고 새로운 힘을 얻게 한다.

 

  <허허바다>는 그가 <하늘가는 길>과 <기침>에 이어 세 번째로 낸 음반으로, 제목처럼 허허로운 삶의 바다를 노래하고 있다.

 

 이 음반에는 정호승의 시에 곡을 붙인 <허허바다>와 박목월의 시에 곡을 붙인 <나그네>를 비롯하여, <파도>(허형만 시) <웃은 죄>(김동환 시), <반달>(이선이 시), <사랑굿>(김초혜 시) 등 한국적 서정의 시에 장사익이 직접 곡을 붙인 6곡의 노래가 수록돼 있고 덤으로 흘러간 대중가요인 <동백아가씨>, <타향살이>, <댄서의 순정> 등 3곡이 장사익제로 새로 불려져 담겨져 있다.

 

 이 음반의 타이틀곡인 <허허바다>는 "찾아가 보니 찾아온 곳 없네, 돌아와 보니 돌아온 곳 없네"로 시작되는 노랫말처럼 다소 철학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다.

 

 악기 편성도 기타(김광석) 외에 모듬북(김규형), 사물(노름마치), 해금(김은영), 구음(한승석) 등 서양악기와 국악기가 한데 어울려 조화를 이루면서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한 중모리와 자진모리, 휘모리 등의 국악장단이 사용되고 점차 속도가 빨라지면서 극적인 긴장감과 효과를 더한다.

 

 곡의 종반에서 포효하는 듯한 노랫소리와 즉흥적인 해금과 기타 연주, 모듬북을 비롯한 타악기와 남성 구음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이루어내는 음악적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마치 불이 활활 타오르듯 노래와 연주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예술혼이 마음껏 펼쳐지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장사익은 이 곡 외에도 <나그네>, <사랑굿> 등을 통하여 우리의 전통적인 가락과 대중가요를 결합시키면서 이 시대의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장사익, 그는 전통민요의 정신을 오늘에 구현하고자 하고 있다. 그는 가수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노래하는 철학자로, 또 삶의 동반자로 늘 우리들 곁에 서 있다.

 

장사익 <허허바다> 2000, 서울음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