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창작국악, 대중성 획득이 과제
“ 현대 창작국악, 대중성 획득이 과제 ”
한국의 현대 창작국악은 매우 일천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겨우 1940년대에 이르러 근대적인 의미의 국악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1950년대까지는 김기수 1인에 의해 작곡활동의 명맥이 간신히 유지되어 왔다.
국악창작이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시도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의 일이다. 이것은 약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의 양악에 비해 시작단계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현재 국악창작은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채 작곡가들마다 제각기 다른 목적과 다른 방식으로 나름대로의 실험적 시도들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작 국악곡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은 이들 작품들이 대중성을 획득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악작품이 대중성의 획득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 전적으로 작품의 음악성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열악한 음악 환경은 비록 국악작품들이 대중성을 획득할 만한 조건을 갖추었다 해도 대중화되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대중들과의 오랫동안의 단절, 국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의 결여, 학교 국악교육의 부재 등이 어울려 일반인들이 국악에 접근하기 어렵도록 만들고 있다. 따라서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전통음악의 보급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전통음악의 보급만으로는 국악의 대중화를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때문에 음악계에서 창작국악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창작국악의 역량은 국악의 대중화를 이루기에는 크게 역부족이었다. 더군다나 이들 작품들이 대체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대중화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오히려 이들 작품들은 대중화보다는 작품의 예술성에 치중해 왔다. 따라서 작품들은 보다 전문화되고 고급화되는 경향을 띠었으며 어떤 경우에는 작곡가의 현학적인 취미를 그대로 드러내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작곡가들이 대중화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지 못한 채 서양음악, 특히 서양클래식음악의 음악적 성향을 별다른 고민 없이 추종한 것은 반성해야할 점이다. 이것은 작곡가 개개인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이들 작곡가들을 배출한 대학 음악교육의 방향이 잘못 설정돼 온 데 있다. 대학음악교육의 서양음악적 성향은 아악이나 정악중심의 국악교육과 맞물리면서 작곡가들로 하여금 대중화에 대한 인식을 갖지 못하게 했다. 작곡가들은 베토벤이나 슈베르트처럼 예술성 높은 명곡을 만들 꿈에 젖었으며 일반 대중을 위한 대중적인 음악의 작곡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따라서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작곡가들을 배출하는 대학 음악교육이 혁신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의 아악이나 정악중심의 교육에서 민속악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으며 특히 민요나 굿 음악 같은 기층음악의 교육이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중화라는 것은 다수의 대중이 그 음악을 즐기게 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음악이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 음악의 성향이 대중적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 이런 점에서 과거 봉건시대의 민중음악이었던 민속음악의 속성은 우리가 획득하고자 하는 대중성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그 음악들은 바로 봉건시대 다수 민중의 삶과 정서를 반영한 음악들이며 오랫동안 그들과 함께 자라온 음악들이다. 따라서 이들 음악의 속성을 창작음악에 도입하는 것은 대중성의 획득을 위한 지름길의 하나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