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창작국악 해설

궁중음악의 품위와 토속음악적 정취의 어울림, 박일훈의 앵

국악사랑 2007. 8. 14. 21:04
 
 

박일훈작곡   관현악곡   ‘앵’


                “ 궁중음악의 품위와 토속음악적 정취의 어울림                     

 

 


박일훈은 국악 관현악곡 [아우라지] 시리즈로 독특한 개성을 보여 온 작곡가이다. 그의 작품은 주로 전통음악의 어법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온건한 곡풍을 유지한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관현악곡 [앵] 외에 [아우라지 5번-보리피리]와 [아리랑 서장] 등이 있다. [아우라지 5번-보리피리]는 1977년도 작품으로 관현악과 남녀 2중창을 위한 곡이다.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를 전통가곡 풍으로 노래하면서 창과 관현악의 조화를 꾀한 작품이다. 

 

1986년도에 발표된 [아리랑 서장]은 산조풍의 곡으로 진양조와 중모리, 자진모리 등 3부분형식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앞의 곡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분위기와 온건한 곡풍을 갖고 있다.

 

[앵]은 1977년도 대한민국 작곡상을 수상한 관현악 작품이다. 정(靜), 중(中), 동(動)의 3악장으로 구성되어 제 1악장은 조용하게, 제 2악장은 아름답게, 제 3악장은 활기 있게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제 1악장은 처음 나각이 한번 울리고 느린 하행선율이 조용히 흐르면서 시작된다.

 

아쟁과 해금의 낮은 지속음에 실려 소금과 대금으로 연주되는 특징적인 하행 음형은 점차 피리 등으로 확산되면서 전개된다. 이때 장구와 북이 때때로 공간을 가르면서 느린 선율에 활력을 불어 넣어 준다. 이 느린 선율은 장구와 북의 리듬과 함께 궁중아악의 품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토속적인 정취를 짙게 풍긴다.

 

뿌연 안개가 서서히 걷히듯 선율이 고조된 다음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금의 경쾌한 가락이 장구의 반주를 받으며 잠시 나타났다가 다시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와 제 1장을 조용히 마친다. 하나의 주제 또는 분위기를 끈질기게 전개해 나가는 작곡가의 저력이 돋보이는 악장이다.


제 2악장은 8분의 9박자의 단순하면서 아름다운 선율로 시작된다.

 

처음 세피리에서 시작된 가락은 해금과 소금, 대금, 피리 등으로 점차 옮아가면서 발전해 간다.

 

이 가락이 충분히 전개되어 무르익으면 북소리가 크게 울리고, 피리 독주가 북의 반주를 받으면서 빠르고 경쾌한 가락을 연주한다. 이어 대금이 이를 이어 받아 짤막하게 끝나고 곡은 8분의 6박자의 좀 빠른 부분으로 넘어간다. 이 부분은 제 2악장 처음 부분의 주제에 바탕 하여 이를 자유스럽게 전개시키고 있다. 중간부에 이르러 토속적인 흥취가 진하게 나타난 다음 조용히 끝맺고 3악장으로 넘어간다.


제 3악장은 4분의 4박자의 빠르고 활기 있는 선율로 되어 있다.

 

처음 전 관현악이 포르티시모로 강하게 연주된 다음 빠른 가락이 뒤를 잇는다. 이 가락이 충분히 무르익은 다음 관악기와 현악기의 긴 지속음이 전개되고 여기에 나각이 높이 울리면서 곡은 절정에 이른 다음 강하게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