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의 새 음악문화 만들자
" 제 3의 새 음악문화 만들자 "
지난 1세기 동안 한국의 음악문화는 급격한 변화를 겪어 왔다. 서양의 음악문화와 일본의 음악문화가 유입되면서 전통음악은 급격히 위축되었으며 그 명맥을 유지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이들 외래음악문화는 우리의 자생음악문화가 구태를 벗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새로운 동인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의 옛 과거를 살펴볼 때 외래문화가 들어온 후 얼마동안의 수용기간을 거쳐 좀더 풍성하고 화려한 문화를 창조해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땅에 들어와 있는 외래음악문화의 유입과 수용은 새로운 음악문화의 창조를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는 셈이다. 외래 음악문화가 유입돼서 우리음악문화에 완전히 수용되는 데는 약 300여 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지난 1세기가 외래음악문화의 유입기라 한다면 앞으로 1세기는 이들 외래음악문화를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다행히도 현재의 전통음악은 세가 급격히 약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한 채 전승되어 오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새로운 음악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전통음악이 바탕이 되지 않는 음악문화는 그 기초가 허약할 수밖에 없다. 우선은 '나'를 찾고 나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해서 남의 장점을 끌어다 쓰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양악계건 대중음악계건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반드시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 양악계나 대중음악계에서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관심이 지극히 피상적이고 산발적인 것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양악과 국악, 대중음악을 한데 묶어 새로운 음악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시도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타 음악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 그리고 몸으로의 체득이 필요하며 타 분야간의 교류가 밀접하게 집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비보이와 사물놀이가 만나는 등 음악장르를 초월하여 시도되는 퓨전 음악들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음악문화를 창조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새로운 음악문화의 창조는 모든 음악인들이 발 벗고 나서야할 지상과제이다. 이 과제를 실현함에 있어 자신의 아집을 버리고 좀더 열린 의식으로 타 분야와 대화하고 교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