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우리시대 국악명반

죽음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희극적 놀이, 진도 다시래기

국악사랑 2006. 11. 1. 07:07

 

                  

 

 

 

 

 

 

 

 

             진도 다시래기 공연모습( 출처 :고향집 사진 )

 

 

 

 

 

  <진도 다시래기>

 

            " 죽음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희극적 놀이 "


 
  진도지방에서는 장례의식에서 매우 독특한 놀이가 행해지는데 이 놀이가 바로 다시래기이다. 이 다시래기는 극적인 줄거리를 갖추고 여기에 춤과 노래, 재담과 놀이가 어우러져 한판의 완벽한 총체예술을 만들어 낸다.

 

 세상에는 많은 장례의식이 있지만 이 다시래기처럼 극적인 구성력과 높은 예술성을 겸비한 장례의식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그 의식 중에서, 상을 당한 상제들을 웃기고 위로해주기 위한 희극적인 놀이( 요즘의 코미디와 같은 )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이 놀이가 단순한 장례의식이라기 보다는 상제들의 정신적인 충격까지도 치료해주는 고도의 정신의학적인 예술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다시래기를 연행한 강준섭(거사역), 김귀봉(사당역), 곽문환(중역)은 수십 년 간 호흡을 맞춰온 전문 예능인들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래기는 꽹과리, 장구, 북, 징의 사물놀이 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 재담으로 엮어 가는 '가상제 놀이'와 '거사, 사당놀이', 그리고 상여소리와 판소리, 민요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맨 처음 이승과의 이별의 아쉬움과 인생무상을 노래하는 상여소리가 불려지는데 이 상여소리는 중모리 장단의 '애(哀) 소리'와 '하적 소리' 중중모리 장단의 '가난보살'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 본 놀이인 '가상제 놀이'로 들어가는데 이 놀이는 상제에게서 다시래기를 하도록 허락을 받고 '거사, 사당놀이'의 거사와 사당, 중의 역할을 맡을 사람을 뽑는 과정을 매우 코믹하게 그려낸다.

 

 이때 봉사 역의 거사는 지팡이를 짚고 봉사춤을 한바탕 멋들어지게 추며, 봉사 마누라 역의 사당은 곱사춤을, 중은 염불소리와 허튼 춤을 추면서 상제와 상두꾼들을 웃긴 다음 '거사, 사당놀이'로 들어간다.


 '거사, 사당놀이'는 거사가 건너 마을 이생원 집에 경문하러간 사이 사당과 중이 놀아나는 장면과 사당이 애기 낳는 대목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거사와 사당이 보릿대춤을 한바탕 춘 다음 다시래기 노래와 자장가, 개타령, 중타령 등이 함께 불려진다.


 이처럼 다시래기에는 다양한 춤과 노래, 재담과 극적인 놀이가 한데 어우러져 상가 집에 모인 사람들을 흥과 신명의 장으로 이끌어 낸다. 이는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만 보지 않고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진도 사람들의 독특한 인생관이 만들어낸 것이다. 즉, 사당이 애기를 낳는 과정을 통해서 죽음이 새로운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음반의 빛나는 성과중의 하나가 바로 두 번째로 수록된 판소리 춘향가이다. 이 대목은 춘향 모가 후원에서 기도하는 대목과 장원급제하여 어사가 된 이 도령이 걸인차림으로 춘향모와 수작하는 대목으로 되어 있는데 이 도령 역의 강준섭과 춘향모  역의 김애선(강준섭의 부인)이 엮어내는 이중창은 압권이다.

 
 마지막으로 수록된 육자백이와 성주풀이, 진도아리랑 역시 진도 민요 특유의 구성지고 걸쭉한 맛이 일품이다. 이 음반작업에 참여한 소리꾼들이 모두 연로한 점을 감안할 때 이 음반이 갖는 역사적, 예술적 의미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진도다시래기> 1994, 사운드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