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여행/국악칼럼

TV, 영화음악에도 국악을 쓰자

국악사랑 2006. 9. 15. 07:53

           " TV, 영화음악에도 국악을 쓰자 "


영화 '서편제'를 본 사람들은 마지막 장면에 송화와 동호, 두 남매가 소리를 주고 받으면서 심청가를 부를 때 배경음악으로 흐르던 아름다운 대금가락을 잊지 못할 것이다. 한이 맺힌 듯 절절히 가슴을 울리는 대금소리는 신디사이저와 서양 현악기의 부드러운 울림과 조화를 이루면서 영화 전편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만일 이 영화에 국악스런 가락이 사용되지 않고 서양음악 스타일의 음악이 사용됐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해 본다. 당연히 영상과 음악이 따로 노는, 부조화의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영화나 TV드라마의 배경과 등장인물이 우리의 삶에 바탕을 두었을 경우 거기에 사용되는 음악은 아무래도 우리의 음악이라야 어울릴 듯 싶다.

 

 


몇년 전 중국드라마 붐이 일었을 때 큰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판관 포청천'은 중국인들의 삶과 정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는 중국의 '얼후' 나 '비파'같은 중국전통악기들이 자주 나오면서 독특한 중국적인 정서를 표현해 간다.이 드라마 음악에 중국 악기가 사용되지 않고 서양악기만이 사용됐다면 이 드라마의 중국적인 색채는 크게 반감됐을 것이다.


우리의 TV드라마에 있어서도 MBC의 TV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가 국악적인 가락으로 만들어져 큰 주목을 받았다. 판소리를 공부하는 아이들과 대학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국악인이 부른 이 주제가는 조선 시대의 한 의녀가 걸었던 파란만장한 삶과 어우러지면서 보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TV드라마나 영화음악이 손쉽게 서양 클래식 음악이나 대중음악을 이용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우선 이들 음악자원이 방대하여 따다 쓰기가 쉽고 또 일반대중들의 음악적 기호에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드라마나 영화음악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이는 중국이나 일본,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나라들이 자기나라에서 만든 영화나 드라마 음악에 자신들의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구현하려고 노력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현상이다. 더군다나 WTO체제의 출범과 함께 각국의 문화장벽이 허물어져 가는 현실에서 우리 드라마와 영화음악의 무국적성은 다시금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국제적인 문화경쟁의 시대에 있어서 우리의 문화적 특성을 지닌 문화상품의 개발은 매우 시급한 일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그 파급효과가 크다. 그 속에는 우리 문화의 충체적인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우리 문화를 세계적으로 전파시킴에 있어 가장 훌륭한 수단인 셈이다.


TV나 영화음악에 있어 우리의 음악적 특성을 구현해 내는 일은 대외적으로 우리의 문화적 경쟁력을 높이는 일임과 동시에 대내적으로는 국악의 생활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지금처럼 일반 국민과 국악이 유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TV나 영화음악에 국악이 본격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우리의 음악적 상황에 매우 큰 변화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영방송이나 민영방송이나 지금의 방송책임자들은 현재와 같은 왜곡된 음악 상황에 대해 일정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민족음악의 육성은 뒤로 하고 지나치게 대중들의 음악적 기호에 영합해 오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음악의 육성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이익과 결부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방송에 사용되는 모든 음악, 시그널 뮤직이나 광고음악, 드라마 주제가와 배경음악 등 가능한한 모든 음악에 국악이 사용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방송가의 꾸준한 노력이 계속될 때 국악의 생활화는 성큼 앞당겨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