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국악명반
정수년의 < Beautiful Things In Life >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사람들은 누구나 첫사랑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기억이 날듯 말듯 아련히 떠오르는 옛 추억들은 마치 색 바랜 사진처럼 우리를 과거로 이끌어 간다.
정수년의 새 음반 < Beautiful Things In Life >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그 이야기들은 때로는 아리랑의 음률에 실려, 때로는 한오백년의 가락에 실려 전해진다. 슬프되 애절하지 않고 아름답되 화려하지 않고 기쁘되 흥에 겨워하지 않고…. 정수년은 중용을 지켜 내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파스텔 톤으로 그려 나간다.
뉴에이지(new age)의 현대적인 분위기와 재즈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한데 어울린 이 음반은 새로운 ‘월드 뮤직(world music)’을 지향하고 있다. 그만큼 작곡과 편곡도 세련되고 완성도도 높다.
이 음반에는 해금을 위한 열두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곡에서는 기타와 색소폰,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콘트라베이스 등의 양악기와 소금과 가야금, 피리 등의 국악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표제곡으로 수록된 강상구 작곡의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Beautiful Things In Life)’은 피아노와 신시사이저, 구음(口音)과 해금이 어우러진 곡으로 제목처럼 아름다운 곡이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음악으로 표현해 보고자 한 이 곡은 아름다움에 대한 작곡가의 간절한 바람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생텍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음악으로 표현한 ‘어린왕자’와 신에 대한 경외와 사랑을 표현한 ‘기도’ 등은 작곡가 강상구가 지닌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 음반에는 두 곡의 우리 민요도 들어 있다. 기타와 색소폰, 그리고 해금으로 편곡된 ‘아리랑’과 ‘한오백년’은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민요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캐나다의 재즈그룹 아발론 모텔(Avalon Motel)과 정수년이 함께 만들어 낸 이 두 곡은 재즈의 자유로운 예술혼 속에서 우리의 민요를 새로운 음악으로 재창조하고 있다.
이준호가 작곡하거나 편곡한 곡도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다. 님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진주유희’와 메나리 어법의 포천 모심기 노래를 다양한 장단으로 변화시킨 ‘포천이야기’,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그리움’, 여행의 기쁨을 휘모리장단에 얹어 노래한 ‘여행길’, 석양의 노을을 바라보면서 우리 삶의 한구석을 되돌아보는 느낌을 표현한 ‘진달래’ 등에는 해금의 독특한 악기적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곡가의 역량이 잘 드러나고 있다.
정수년 < Beautiful Things In Life >, 2001, 도레미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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