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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음색 소리꾼, 김용우

국악사랑 2007. 7. 1. 08:32
맑은 음색 소리꾼...김용우 ‘천안 삼거리’  


지금쯤 천안 삼거리의 능수버들은 봄기운에 절로 푸르러 휘늘어졌을까?

 

흔하디 흔한 노래 ‘천안 삼거리’이건만, 버드나무 가지에 푸른 봄물이 올라 난만한 기운이 돌때면 문득 새 기분이 든다. 맘먹고 앉아 여러 사람들이 부른 천안삼거리를 모아 한곡씩 들어본다. 귀에 익은 어른 명창들의 노래부터 앳된 아이들 목소리로 녹음한 ‘교과서 민요’ 음반, 그리고 서양식 합창으로 부른 천안삼거리까지 제법 들어볼 노래가 많고, 부르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도 제각각이어서 재밌다. 그런 노래 중에서도 김용우의 음반 ‘괴나리’에 첫 곡으로 수록된 ‘천안도 삼거리’의 느낌은 조금 더 특별하다.

 

젊은 소리꾼 김용우의 음색은 맑고 부드럽다. 맑고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높이 질러내는 목이나 극적인 표현을 할 때도 웬만해선 갈라지거나 흠집나지 않는 탄력과 윤기가 있어 편안하다. 김용우는 이런 음색으로 정가(正歌)에서부터 우리나라 촌촌면면(村村面面)의 토속민요까지 두루두루 잘 부른다. 전형적 삼박자, 별다른 음악적 기교나 클라이맥스도 없어 맨송맨송할 뻔한 천안삼거리를 김용우는 그 부드럽고 탄력있는 소리로 멋지게 불렀다.

 

‘천안 삼거리’가 아닌 ‘천안도 삼거리’. 중간 중간에 마치 시름겨운 이의 한숨처럼 들리는 ‘으으으으으음’이라는 군소리가 버젓이 한 박자를 차지한 김용우 천안도 삼거리의 첫 인상은 좀 ‘시큰둥’하다. 노래 가사는 ‘무정세월아 오고가지 말아라, 아까운 내 청춘 다 늙어 가노라’라거니, ‘야속하고도 야속하구나, 청춘 가는데 야속하구나’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김용우는 이 노래를 부르며 가는 세월, 떠난 사람을 붙잡으려 애원하기는커녕 ‘갈테면 가야지 무슨 수가 있겠냐’고 되묻는 것 같다. 그게 오히려 마음을 끈다.

 

목에 힘을 빼고, 마치 능수버들이 바람결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리듯 무심하게 노래를 부르는 김용우의 노래솜씨는 떠나려던 사람도, 떠나려던 세월도 제풀에 걸음을 멈추게 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피리가 어울린 작은 편성의 반주, 2절과 3절 사이에 불쑥 도드라진 피리가락의 여운은 애달픔 없는 이들의 봄날을 되레 무색하게 만드는 듯 하다.


( 송혜진 /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dalsure@hanmail.net">dalsure@hanmail.net )